[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건설안전 배점제를 신설하고 300억원 미만 공사에서 시공평가결과 배점 4점을 신설한 국가계약 시범특례사업 발주가 ‘행복도시 6-3생활권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건축공사’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조달청은 연내 도로공사 4건 추가 발주를 준비 중이며 내년까지 총 16건의 사업 발주를 마무리지은 후, 2025년부터 본격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최근 중대재해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던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수주에서 원천 배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예상된다.

 

2일 조달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국가계약 선진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공공조달제도 개선을 위한 계약 세부심사기준 개정안을 확정하고, 시범특례사업 발주를 개시했다.

 

시범특례 주요 개정안은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건설안전평가 강화 △간이형 종합심사제에서 시공평가결과 4점 배점 항목 신설 △종합심사낙찰제 건설안전 평가항목을 가점제에서 배점제로 전환하는 3가지 안이다.

 

이 중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PQ와 종심제 심사에서 안전평가 부분 확대다.

 

우선 조달청은 PQ 평가에서 ‘기술능력평가’를 기존 41점에서 36점으로 낮추고, 건설사의 사고사망만인율과 산재 예방활동 실적, 건설재해 및 제재처분을 배점으로 전환해 총 5점짜리의 ‘건설안전’ 항목을 신설했다.

 

이어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되는 종심제에서는 기존 ‘사회적책임(2점)’의 일부 항목이었던 ‘건설안전’ 항목을 총 1.2점짜리의 독립된 배점 항목으로 빼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책임’ 항목 점수가 1점으로 낮아졌다.

 

여태까지 건설현장 사고가 발생해도 공정거래ㆍ지역경제 기여도 등을 통해 점수를 만회해 왔던 업체들 입장에서는 중대재해 사고 여부에 따라 공공공사 수주가 좌우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종심제에서 1.2점의 배점이 △사고사망만인율(건설업 가중평균 사고사망만인율 대비 해당업체 가중평균 사고사망만인율의 비율) 0.6점 △산업재해 발생 보고 위반건수 -0.8점 △산업재해 예방활동 실적 0.6점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관련 위반건수 -0.4점 △산업안전보건법령위반에 따른 행정형벌 부과 -0.4점 등으로 구성됐다.

 

◆중소사부터 대형사까지...사고 한 건에 공공시장 퇴출 위기

개정안은 우선 중소·중견 건설사에 대단히 불리하다.  일단 사고사망만인율만 봐도 상시근로자수에 반비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동일한 사망자 수가 발생할 경우 중소·중견업체에서 점수 하락 효과가 더 극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시근로자수가 100명 내외인 중소 건설사가 공동도급 구성사(5%)로 참여할 경우 사망자수가 0.05명 발생하면 평균 대비 2배 이상의 만인율이 산정된다.

 

또 산재예방활동 실적은 현재 중소 건설사들의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안전관리자의 정규직 직원 전환 및 전담조직 구축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가점을 획득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사망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건설사라도 이러한 점수 구조에서는 공공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기준 변화가 대형사에도 유리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현장 수가 많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사망 사고가 많은데, PQ 및 종심제 평가가 모두 만점을 상정해 경쟁을 시작하는 구도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2년 사이 중대재해가 많았던 일부 건설사들은 일정 기간 동안 공공공사 시장에서  완전 퇴출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안전배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에는 최근 2년(2021∼2023년) 사이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던 건설사들의 행정소송 결과가 마무리되며 사망사고가 만인율로 확정되는 시점”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초반에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국정감사에까지 불려다녔던 건설사들은 2년 후 공공공사 시장에서 최소 2년 간은 압도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달청은 지난달 27일 추정사업비 236억원 규모의 ‘6-3생활권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건축공사(시공평가결과 4점 배점 적용)’ 발주를 시작으로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서울ㆍ원주ㆍ대전ㆍ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하는 4건의 도로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도로사업의 총 발주액은 2500억원 규모로 종심제 3건(고난도 2건ㆍ일반 1건)과 간이종심제 1건이다.

 

그 외 나머지 종심제 12건(교통 4건ㆍ수자원 4건ㆍ비주거 4건)을 일반과 고난도 비중을 반반씩 구성해 2024년까지 발주할 계획이다.